2. 기일변경의 요건
가. 첫 기일의 변경 : 합의
첫 변론준비기일 또는 첫 변론기일을 바꾸는 것은 현저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도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이를 허가한다(민소 165조 2항). 이는 첫 기일은 당사자의 형편을 고려하지 못한 채 직권으로 지정하게 되는 점을 감안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자는 취지에서 둔 규정이므로, 변론준비기일과 변론기일을 통틀어 최초의 기일 한 번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첫
기일'은 최초로 지정된 제1회 기일만을 말하고, 직권이나 신청으로 변경되거나 연기된 기일은 포함하지 않는다.
실무상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사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최초의 기일에 대한 변경신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바, 이러한 경우 사건과 당사자를 호명하면 이미 기일이 개시되므로, 사건과 당사자를 호명하지 아니한 채로 미리 상대방의 출석
여부를 확인하여 변경 신청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어 기일을 변경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쪽 당사자의 기일변경 신청에 대하여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첫 기일이더라도 그 변경의 허가 여부는 법원의 직권에 속하기는 하지만(대법원 1966. 10. 21. 선고
66다1439 판결), 다음에 설명하는 제2차 이후의 기일과 같이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기일변경을 허용하여야 할 것이다.
나. 제2차 이후 기일의 변경 : 현저한 사유
(1) 제2차 이후 기일변경의 제한
제2차 이후의 변론준비기일 또는 변론기일의 변경은 당사자의 합의 여부에 관계없이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허용되며(민소 165조 2항의 반대해석), 당사자가 기일변경신청을 하는 때에는 기일변경이 필요
한 사유를 밝히고 그 사유를 소명하는 자료를 붙여야 한다(민소규 40조). 2차 이후의 기일에
있어서는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변경신청이 있더라도 그 허용 여부는 오로지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 또한 변론준비기일을 거친 사건의 경우에
변론기일을 지정하는 때에는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 심리에 2일 이상 소요되는 때에는 가능한 한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매일 변론을
진행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이 지정된 변론기일은 사실과 증거에 관한 조사가 충분하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하였다(민소규 72조).
(2) 현저한 사유의 의미
현저한 사유라 함은 불가항력보다는 넓은 개념으로서, 기일변경을 인정하지 않고 기일을
진행함으로써 기일해태의 불이익을 입게 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할 만한 사정이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예컨대, 철도파업으로 교통두절 상태에 있는
경우, 자기 또는 가족의 혼례·장례에 참석하기 위한 경우, 당해 기일의 통지를 받기 전에 다른 법원으로부터 통지를 받은 경우, 화해를 위한
교섭을 이유로 양쪽 당사자로부터 기일변경의 신청이 있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당사자나 대리인의 예비군훈련 등의 사유에 대한 소명자료가 있는
경우에도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기일변경신청을 받아들임이 옳을 것이다. 당사자의 질병의 경우에는 질병의 종류나 정도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 법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이다.
종래 실무에 있어서는 현저한 사유를 엄격히 따지지 않고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비교적
용이하게 기일변경을 허용하는 경향이 있어 소송지연의 한 원인이 되어 왔다. 이를 막기 위하여 민사소송규칙은 기일변경사유에 제한을 가하여 ①
당사자 한 사람에게 여러 사람의 소송대리인이 있는 경우에 그 중 일부의 소송대리인에게만 변경의 사유가 생긴 때와 ② 기일 지정 후에 다른 사건의
기일이 그 기일과 같은 일시로 지정된 때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기일변경을 허가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민소규 41조 1호·2호). 위
2가지 사유는 '현저한 사유'가 아닌
경우를 예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소송대리인인 변호사가 의뢰받은 다른 사건 때문에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못하는 것은 현저한 사유가 될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 유무를 살펴보지 아니하고
기일변경을 허가하여 오던 과거의 실무 관행은 신속한 재판을 위하여 고쳐져야 할 것이다.
(3)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의 예외
다만, 위 ①, ②의 사유가 있더라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기일변경을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민소규 41조 단서). 여기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 함은, 예컨대 ②의 사유와 관련하여 나중에 지정된 사건이 선거소송과
같이 법정기한이 정하여져 있고 그 사건의 관계인이 여러 사람인 관계로 기일을 변경하는 것이 실제상 매우 곤란한 경우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에서 본 기일변경 제한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부득이한 사유의 존부는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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